1. 부처님의 정토에 대한 법문(佛國品)
1.1 법회가 설해진 인연
이렇게 법문하시는 것을 내가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베살리 성 안 망고나무 동산의 절에서 큰 비구 대중 8천 사람과 함께 계셨는데 보살은 3만 2천이었으니 여러 사람이 잘 아는 이들이었다.
그 분들은 큰 지혜와 덕행을 다 성취하였으니,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이룩된 이며, 불법을 보호하는 성곽이 되어 바른 법을 받아 지니며, 사자 같은 큰 소리로 법을 연설하여 그 이름이 시방에 퍼졌으며, 사람이 청하지 않아도 일부러 그들의 동무가 되어 위안하며, 삼보를 받들어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며,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고 외도들을 제어하며 나쁜 업이 이미 깨끗하여졌고 온갖 번뇌를 여의었으며, 마음은 항상 걸림없는 해탈에 머물러 있으며, 바른 생각과 선정(禪定)과 총지(總持)와 변재가 다함이 없으며,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과 정진(精進)과 선정과 지혜(智慧)와 방편(方便)과 힘과 명예가 수미산 보다 높으며, 깊은 신심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았다. 법의 빛을 널리 비추어 주는 것이 감로수를 뿌리는 듯, 여러가지 음성 가운데 가장 미묘하며 깊이 인연법을 사무쳐 보고 모든 잘못된 소견을 끊어버리므로 진리 본바탕의 유무를 논하는 분별된 소견이 조금도 남지 아니 하였으며, 법을 연설하는데 두려움 없기 사자후와 같으며, 그 강연하는 것이 우뢰소리 같으며 이미 한량없는 경계에 이르렀다.
여러가지 법보를 모으게 하기를 마치 바다에서 보배 캐는 길을 지도하는 듯하며, 모든 법의 깊고 묘한 이치를 다 통달하고 또 중생들의 가고 오는 곳과 중생의 마음가는 곳을 잘 알며, 무엇으로 비교할 데가 없는 부처님의 자재한 지혜와 십력과 사무소외와 18불공법에 가까웠으며, 온갖 나쁜 곳으로 들어가는 문을 닫으시면서도 다섯 갈래로 다니면서 그 몸을 나투시며 큰 의사가 되어 여러가지 병을 치료할 적에 그 증세에 맞추어 약을 쓰게 하며, 한량없는 공덕을 다 성취하고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를 다 장엄하였으며, 그를 보거나 그의 법을 듣는 이는 모두 이익을 입고 여러가지 하는 일이 헛되지 아니하여 이와 같은 여러가지 공덕을 모두 갖추었다.
그 이름을 등관보살·부등관보살·등부등관보살·정자재왕보살·법자재왕보살.법상보살·광상보살·광엄보살·대엄보살·보적보살·변적보살·보수보살·보인수보살·상거수보살·상하수보살·상참보살·희근보살·희왕보살·변음보살·허공장보살·집보거보살·보용보살·보견보살·제망보살·명망보살·무연관보살·혜적보살·보승보살·천왕보살·괴마보살·전덕보살·자재왕보살·공덕장엄보살·사자후보살·뇌음보살·산상격음보살·향상보살·백향상보살·상정진보살·불휴식보살·묘생보살·화엄보살·관세음보살 득대세보살·범망보살·보장보살·무승보살·엄토보살·금계보살·주계보살·미륵보살·문수사리법왕자보살이라 이러한 이들이 삼만이천 사람이 있다.
또 일만 범천왕 시기왕 등이 다른 사왕천으로부터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법문을 들으려 하였고, 또 일만이천 제석천왕들도 다른 사왕천으로부터 와서 회중에 앉았으며, 이 밖에도 큰 위력을 지닌 모든 천인과 용왕과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들이 모두 와서 회중에 앉았으며 여러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들이 모두 와서 회중에 앉았다.
그 때에 부처님이 한량없는 대중에게 둘러 호위되어 공경을 받으며 법문을 하시니 마치 수미산이 바다 위에 나타난 듯이 여러 보배로 꾸민 사자좌에 앉으시어 그 위엄을 모든 대중들에게 펼쳐 보이셨다.
1.2 부처님께서 일산으로 신통을 보이심
그 때에 베살리 성안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을 보적이라 하였다. 다른 장자의 아들 오백인과 같이 칠보로 꾸민 일산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각기 가지고 온 일산을 함께 부처님께 공양 올렸다. 그 때 부처님은 위신력으로 그 여러 일산을 모아 한 일산으로 만들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니 그 세계의 깊고 넓은 모양이 온통 그 일산에 나타났다. 또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여러 수미산과 설산, 목진린다산, 마하 목진린다산, 향산, 흑산, 철위산, 대철위산과 큰 바다와 강과 개천과 냇물과 샘물이며 해와 달, 별들이며 천궁, 용궁과 여러 신의 궁전이 모두 보배 일산 가운데 나타나고, 또 시방에 계신 여러 부처님과 그 부처님의 설하시는 모습까지 이 보배 일산 가운데 나타났다.
그 때에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의 거룩한 신통력을 보고서 일찍이 보지 못한 상서임을 찬탄하며 합장경례하며 부처님의 존안을 우러러 보며 잠깐도 눈을 떼지 못하였다.
장자의 아들 보적은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아래와 같이 찬탄하였다.
청정한 눈 선정 속에 공덕은 오래 쌓아 명망 역시 끝이 없어 중생들의 이끄시니 지심정례 하옵니다.
대성께서 신통으로 변화하시어 시방세계 많은 국토 나타내시며, 부처님의 설법하는 온갖 모양이 그 가운데 나타남을 듣고 봅니다.
부처님의 크신 법력 뛰어나시고 법재로써 중생에게 보시하시되, 모든 법의 깊은 내용 잘 아신, 제일 가는 진리법을 증득하시네.
모든 법에 자재하심 얻었으니 머리 숙여 진리의 왕 부처님께 지심정례 하옵니다.
법은 본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 인연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 이러한 깊은 법으로 중생 건지니 받아 듣고 닦게 되면 열반을 얻네.
생사고해 빠져있는 중생들 제도하시는 큰 의왕이신 끝없는 공덕바다에 지심정례 하옵니다.
칭찬에도 비방에도 흔들림 없이 착한 이와 나쁜 이를 고루 사랑하시는 그 마음 평등하기 허공 같으니, 이 분을 누구인들 공경않으리.
부처님 내려주신 작은 일산에 그 가운데 삼천세계 나타내시며, 천궁·용궁 신장들의 사는 궁이며 건달바와 아수라와 야차세계며, 이 세간의 온갖 것을 다 보게되니, 열 가지 큰 힘으로 변화하시고 세존 말씀과도 모두같다 하나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부처님이 한 소리로 설법하시니 중생들은 근기따라 수행하고 이익 얻나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부처님이 한 소리로 설법하거든 두렵다는 이도 있고 기뻐도 하며 의심도 사라지니 이러한 신통력은 불공법일세.
십력 정진하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두려움이 없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불공법에 머문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천상·인간에서 이끄시는 길잡이 되시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번뇌 얽힘 끊은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저 언덕에 이른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중생 제도 하는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생사의 길 여읜 부처님께 정례합니다.
중생이 오 가는 곳 모두 아시고 모든 법에 해탈의 도 얻으셨으며, 세상에 애착없어 연꽃 같으며 모든 법의 공적함을 증득하시며, 모든 법상 통달하여 걸림없으시니, 허공 같이 공적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그 때에 장자의 아들 보적이 이 게송을 설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오백인 장자의 아들이 다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불국토가 청정해진 일을 듣고자 하옵니다.
바라옵건데 세존께서는 여러 보살들의 국토를 깨끗이 하는 인행(因行)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착하다, 보적아. 네가 능히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가 국토를 깨끗이 한 인행을 물었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에게 말하여 주리라.”
이 때에 보적과 오백 장자 아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조용히 들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보적아,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불국토를 취하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교화할 중생을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조복할 중생을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중생들이 마땅히 어떤 국토로써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갈지에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며 중생들이 마땅히 어떤 국토로서 보살의 근기를 일으키는지에 따라 불국토를 갖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깨끗한 국토를 갖는 것은 모두가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빈 땅에다 집을 지으려 하면 마음대로 장애가 없으려니와 만일 허공에 집을 지으려하면 지을 수 없나니, 보살도 그러하여 중생을 성취하기 위하여 불국토를 갖기를 원하는 것이니 불국토를 갖기를 원하는 것이 허공에 집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니라.
보적아, 알지어다. 곧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아첨하지 않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깊은 마음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공덕을 갖춘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보리심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 될 때에 대승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나느니라. 보시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모든 것을 애착하지 않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계행을 지니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열가지 착한 도(十善道)를 닦아 소원이 만족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욕된 일을 참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삼십이상으로 장엄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꾸준하게 나가는 것(精進)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모든 공덕을 부지런히 닦는 중생들이 그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선정을 닦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마음을 걷어 잡아 어지럽지 아니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인 사무량심(四無量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고 기뻐하고 널리 용서하는 중생들이 그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네 가지 포섭하는 마음인 사섭법(四攝法)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때에 해탈법에 포섭된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방편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방편으로 걸림 없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나느니라.
서른 일곱가지 수행을 돕는 삼십칠조도품(助道品)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지(七覺支), 팔정도(八正道)를 닦는 중생들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지은 공덕을 잘 회향(廻向)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온갖 공덕을 갖춘 나라를 얻게 되느니라. 팔난(八難)을 말하여 제하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그 나라에 삼악도와 팔난이 없느니라.
스스로 계행을 지니고 다른 이의 잘못을 말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될 때에 그 나라에 계율을 범한다는 말도 없느니라. 십선을
닦는 것이 보살의 정토니 보살이 부처 될 때에 단명하지 않고 살림이 넉넉하며 깨끗한 행실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성실하며 항상 부드러운 말을 하고 권속이 흩어지지 아니하며 다투는 일을 잘 화해 시키고 말하는 것이 남에게 이익되며 남을 미워하지 아니하며 정견(正見)을 지닌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그러므로 보적아, 보살이 그 마음이 곧으므로 좋은 일을 행하게 되며 좋은 일을 행하므로 깊은 마음을 얻으며 깊은 마음을 따라 조복되며 뜻이 조복되므로 말한 대로 행하며 말한 대로 행하므로 능히 지은 공덕을 잘 회향하며 회향심을 따라 방편이 생기며 방편을 따라 중생을 성취하며 중생을성취하므로 불국토가 깨끗해지며 국토가 깨끗하므로 설법하는 것도 깨끗하고 설법이 깨끗하므로 지혜가 깨끗하며 지혜가 깨끗하므로 그 마음이 깨끗하고 마음이 깨끗하므로 온갖 공덕이 깨끗하여 지나니라. 그러므로 보적아만일 보살이 깨끗한 국토를 얻으려거든 먼저 그마음을 깨끗이 하여야 한다. 그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하여 지느니라.”
그 때에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보살의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가 깨끗해진다 할진대 우리 세존께서는 보살행을 하실 적에 마음이 부정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어찌하여 이 사바세계가 이렇게 깨끗하지 못할까?’
부처님께서는 벌써 그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와 달이 깨끗하지 못하여서 장님은 보지 못한다고 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장님의 허물일지언정 해와 달의 허물은 아닙니다.”
“사리불아, 중생의 죄업으로 여래의 국토가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보지 못할지언정 여래의 허물은 아니니라. 사리불아, 나의 이 국토는 깨끗하건만네가 보지 못하느니라.”
그 때에 나계범왕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이 불국토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는 석가모니의 국토가 깨끗하기가 마치 자재천왕의 궁전과 같소.”
사리불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사바세계는 험한 등성이와 깊은 구렁창이 있고 가시덤불·자갈밭·흙과 돌, 여러 산 등 더러운 것으로 채워져 있소.”
나계범왕은 말하였다.
“당신의 마음이 높고 낮고 하여 부처님 지혜에 따르지 못하므로 이 국토가 부정하다고 보는 것이외다. 사리불이여 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한결같이평등하고 깊은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의지하기 때문에 곧, 이 불국토가 깨끗한 것을 보는 것이오.
그 때에 부처님이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니 삼천대천 세계가 즉시에 여러가지 보배로 장엄된 것이 마치 보장엄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으로 장엄된 국토와 같았다. 모든 대중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며 자기네가 보배 연꽃 위에 앉은 것을 보게 되었다.”
부처님이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 불국토가 깨끗한 것을 보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예전에는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였더니 지금에 이 불국토가 깨긋한게 장엄됨이 활짝 드러났나이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사리불아, 나의 불국토가 항상 이렇게 깨끗하건만 변변치 못한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여러가지 나쁜 것이 가득한 부정한 국토를 나타내보인 것이니 마치 여러 천국 사람들이 한 그릇에 밥을 먹더라도 제각기 그 복덕을 따라서 밥빛이 다른 것과 같으니라. 그렇다 사리불아, 만일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여지면 이 국토의 공덕장엄을 보게 되느니라.”
부처님이 이렇게 깨끗한 국토를 나타내어 보일 적에 보적이 데리고 온 장자의 아들 오백 사람들은 다 무생법인을 얻었고 팔만사천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부처님이 신통을 거두시며 이 세계가 다시 예전과 같이 되는 것을 보고, 성문법을 구하는 삼만이천 천상사람과 인간 사람들은 이 세상의 생겨나고없어지는 법이 다 무상한 줄을 알고 세속의 번뇌를 멀리 여의고 법을 보는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팔천비구들은 모든 법의 공한 이치를 깨닫고 번뇌가 다하고 마음이 열리었다.
0개 댓글